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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18 15:44
최학규 시집 「길」(1954. 항도출판사) 책 앞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156  
「길」 앞에
 
최학규 시집 「길」 (1954. 항도출판사)
 
 
빛나야 할 우리들의 청춘이 그렇듯이 당신의 청춘 또한 해방 전 그 험악한 천후 속에서 무자비하게 찢기우고 빼앗기고 짓밟히면서도 가쁜 호흡을 포도시 가누어가며 일찍이 열일곱 때 발심하여 헤치고 들어온 시도를 버리지 않고 다시 마흔이 가까워서 되돌아 오셨다 하기에, 그대로 잃었던 또 하나 우리들의 별을 찾아낸 이 희열은 어찌 나에게 한한 이야기에 그치겠습니까.
‘아쉬운 태양이 구름 속으로 돌아 서역 만 리 몇 만 시간을 왕래하여도 검은 길 하나 밝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길 하나 검은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며 앞을 홀리며 피를 흘리며 상기 날은 새이지 않는다.’
상기 당신의 ‘길’ 이 환히 트이지 않는 것을 그렇게 가슴 아파하지 마십시오. 뚜벅뚜벅 걸어가노라면 짓밟히는 발밑에 아름다운 생리는 있어 그예 푸른 봄이 탄생할 것이 아닙니까?
바로 그게 당신의 여명黎明이며 또한 당신 같은 여러 시인들의 여명일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들이 몹시도 사랑하는 청자빛 하늘에는 하얀 가을 구름들이 먼 고향을 향하고 썩 경쾌하게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불혹의 고개를 넘으셨다니 아예 엄류淹留없이 찾아온 길을 줄곧 달음질하십시오. 오는 날 더 현란한 당신의 분신을 고대하겠습니다.
1954년 11월 13일 밤
비사벌여사에서 신석정 '풍토'의 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