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 구세대라기보다 기성세대라는 어휘가 타당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선생님한테서는 구세대의 기미를 엿볼 수 없으니까요.
신 = 요는 정신세계가 문제입니다.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내면의 심층을 길어 올릴 수 있는 정력, 그런 걸 피카소에서도 볼 수 있지 않아요?
최 = 그렇죠. 신세대와 구세대의 한계점이 연령으로 구별될 수가 있습니까. 예술이면 예술의 길에서 체계 세우며 원점을 향해 누가 더 탐구하고 정진하느냐가 문제일 것 입니다.
신 = 거기 또 원숙한 정신 자세가 필요해요. 가령 풋풋하고 시고 처진 과일과 한여름 작렬하는 햇볕을 빨아들인 과일을 비교할 때 그 질에 있어서 판이한 감향甘香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중앙 진출
신 = 중앙 진출 얘기는 작가 자신들의 실력 문제입니다. 브레이크 걸릴 게 뭐가 있습니까?
최 = 월등한 실력이 있을 때는 별문제겠지만 같은 실력이라면 지방에 묻힌 핸디캡은 있겠죠. 그러나 정실情實 관계를 벗어난 질의 우대만은 꼭 바라고 싶습니다.
신 = 그것이 곧 불명예스런 문단 정치라는 폐습인데 신세대나 기성세대냐를 막론하고 지양해야 할 문단의 암이 되고 있습니다.
최 = 그런 폐풍은 실력 부족이 빚은 자신의 격하이며 양심의 먹칠입니다.
신 = 자신들의 바로미터는 자신이 잴 줄 알아야죠. 문단 정치는 예의와 유대를 구별할 줄 알아야죠.
최 = 지방으로선 목포가 문학열이 대단하죠. 박화성 씨의 집요는 후배들의 양성에 큰 일익을 담당하고 있지 않아요?
신 = 신인들의 의기를 돋우는 데 큰 힘이 되죠. 우리 전북도 소설에서는 몰라도 시에서는 쟁쟁하니까 실력만 닦으라지요.
최 = 전북은 시의 고향 같은 감이 들어요. 대 선배 시인들의 영향이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가 왜 그리 어렵죠?
신 = 한 말로 얘기해서 소화불량입니다. 이웃인 일본에서는 벌써 그런 경지를 거쳤습니다. 그것을 민족주체 의식 속에 소화시켜 다스려야 할 것 같아요.
최 = 난해시難解詩와 독자와의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끝내(?) 그 카테고리를 고집할 때 시도 독자도 고독하기란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신 = 대중을 의식 대중과 무의식 대중의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시가 독자와 영합하느냐 아니면 독자 수준을 끌어 올리느냐가 문제죠.
최 = 예를 들자면 대중가요의 정화 같은 것으로 관능官能과 센치멘탈을 시의 세계로 승화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 같더군요.
신 = 그리고 자칫하면 전통이 없다고 떠드는데 우리 문학의 모체를 모르는 딱한 소리입니다. 황진이도 있었고 매창도 있었어요, 그걸 전연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방지地方紙의 구실
최 = 문단의 중앙집권체제를 무너뜨리는 길이란 문인들의 지방 활동에 달려 있다고 보겠는데 한국의 실정으론 어려운 일이죠?
신 = 일본만 해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으로 볼 때 기성인으로서 1년 내내 중앙문단에 1·2편 실리면 다행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지방지의 활동이 크다고 봅니다.
최 = 중앙지에서 배출한 신춘문예작가 시인들이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지방지 신춘문예를 통한 신인들이야 말할 것 없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역량 문제입니다.
신 = 지방지 신춘문예 현상이 꼭 필요합니다. 심사위원을 대가에 위촉하면 돼요. 그럼으로써 권위의식을 높여주고….
최 = 우리나라의 작가 등용문이 중앙에 있기 때문에 권위의식을 찾기 마련이지만 그건 하나의 인간의 약점 같아요.
신 = 문학지를 통해 나왔다고 해서 작가연하고 으스대는데 그건 그 제도 자체가 폐가 많습니다.
최 = 일본에서는 한 번 당선됐어도 몇 번이고 내는 예가 있다고 하는데 엄격하게 따져서 작가들의 자세 문제입니다.
신 = 지방지가 앞장서서 고료도 주고 문인 대접을 해야 합니다. 정신노동인데 깔아뭉개서야 되나요. 일본에서 시 한 편에 1만 원 한답니다.
최 = 시인 작가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판국이어서 중앙에서 전부 다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지방지의 할애가 유일한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지 실정으로 많은 원고료는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일 테지만 최소한 노고에는 답해야 될 것 같아요.
행사行事에 대한 인식認識
신 = 해가 갈수록 지방의 문화행사가 열을 뿜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화전이 맨 처음 열린 게 전주였습니다. 일본보다 빨랐죠.
최 = 그런데도 그 문화 행사가 학교와 직장에서 거리로 나와 양성화됐는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행사를 위한 행사여서는 안 되죠. 오랜 시간 내면으로 익어 들어간 것이 아니면 전시효과랄 수밖에 없습니다.
신 = 지난번 전라예술제만 하더라도 통탄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관의 소홀과 체면유지 등은 말할 것 없지만 또 그렇게 사무적일 수도 없었습니다. ‘예술제가 생산이 없으니까’ 하는 얘기는 뭡니까?
최 = 그런 얘기는 스스로의 천박입니다. 옛날에는 궁중에서부터 문학이 나왔지 않아요?
신 = 혹자는 사치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미치는 폭넓은 생활 세계를 모르는 캄캄한 일면이죠.
최 = 지난 해 보니까 각 학교에서는 거의 다 음악제를 가진 것 같아요. 그리고 시화전이며 미전美展 등…. 여기에도 하나의 경쟁의식 같은 것이 엿보이더군요. 어쨌든 많을수록 질적으로 향상되기 마련이겠지요.
신 = 지난 해 전북문화상은 비교적 잘 된 것 같아요. 대상의 선택이 어렵고 질적으로 좀 얕은 감이 있지만….
최 = 아무래도 1년 동안의 행적을 더 살펴서 더 나은 작가에게 수상해야지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