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인문사에서 첫 시집 촛불이 나왔습니다. 이 시집에는 당시 석정시인의 나이에 맞춰 3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난초'는 1937년 2월 조선문학에 발표된 시입니다.>
난초蘭草
난초는
얌전하게 뽑아 올린 듯 갸륵한 잎새가 어여쁘다
난초는
건드러지게 처진 청수淸秀한 잎새가 더 어여쁘다
난초는
바위틈에서 자랐는지 그윽한 돌 냄새가 난다
난초는
산에서 살던 놈이라 아모래도 산 냄새가 난다
난초는
아운림倪雲林보다도 고결한 성품을 지니었다
난초는
도연명陶淵明보다도 청담淸淡한 풍모를 가추었다
그러기에
사철 난초를 보고 살고 싶다
그러기에
사철 난초와 같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