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인문사에서 첫 시집 촛불이 나왔습니다. 이 시집에는 당시 석정시인의 나이에 맞춰 3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이 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는 1936년 12월 '여성'에 발표된 시입니다.>
이 밤이 너무나 길지않습니까?
젊고 늙은 산맥들을
또
푸른 바다의 거만한 가슴을 벗어나
우리들의 태양이
지금은 어느 나라 국경을 넘고 있겠습니까?
어머니
바로 그 뒤
우리는 우리들의 화려한 꿈과
금시 떠나간 태양의 빛나는 이야기를
한참 소곤대고 있을 때
당신의 성스러운 유방같이 부드러운 황혼이
저 숲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어머니
황혼마저 어느 성좌로 떠나고
밤―
밤이 왔습니다
그 검고 무서운 밤이 또 왔습니다
태양이 가고
빛나는 모든 것이 가고
어둠은 아름다운 전설과 신화까지도 먹칠하였습니다
어머니
옛이야기나 하나 들려 주셔요
이 밤이 너무나 길지 않습니까?